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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걷기여행 <인천 강화나들길 1코스>
고려 임시수도 39년의 발자취, 강화산성
기사입력 2015-01-05 오후 10:24:00 | 최종수정 2016-02-05 오전 12:51:43        

인천 강화나들길 1코스 ‘심도역사문화길’은 고려가 강화 천도 후 39년간 살았던 역사의 숨결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고려의 흔적은 미미하지만 그 위에 덧새겨지는 우리의 역사는 계속된다.

 

구름 사이로 살짝 드는 햇살에 눈이 매화 꽃잎 떨어지듯 난분분하다. 눈 날리는 드넓은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는 게 겨울의 즐거움이다. 강화나들길은 얼굴에 부딪쳐오는 바람은 차지만 눈(snow)이 눈(eye)을 기쁘게 한다.

 

강화나들길 1코스는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한다. 버스터미널 내 관광안내소는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강화나들길 안내지도와 강화지도를 받는다. 안내소 직원이 강화나들길 초행이냐고 묻고는 강화나들길 도보여권에 첫 도장을 찍어준다. 첫 도장을 받고 아이처럼 마음이 설렌다. 마지막 코스까지 도장을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2

 

강화나들길은 1코스 심도역사문화길을 시작으로 19코스 석모도 상주해안길에서 끝난다. 7코스 갯벌 보러 가는 길에서 지선 7-1코스 동막해변 가는 길이 하나 더 추가되기 때문에 모두 20코스다. 총 거리는 310.3킬로미터다. 강화나들길이 흥미로운 것은 강화도에만 강화나들길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화군은 주 섬인 강화도를 중심으로 유인도 9개와 무인도 17개가 흩어져 있다. 그중 사람 사는 4개 섬에 강화나들길이 생겨 섬 특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교동도 9·10코스, 석모도 11·19코스, 주문도 12코스, 볼음도 13코스이다. 교동도는 지난 7월에 강화도와 교동을 잇는 교동연륙교가 개통돼 접근이 더 쉬워졌다.

 

고려 임시수도 39년의 발자취, 강화산성

 

강화나들길 1코스는 심도역사문화길이다. 심도(沁都)는 고려 고종(제23대 왕·1213~1259)이 몽골의 침입으로 수도 개경을 버리고 강화도로 천도(1232)하면서 지명을 심도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심도역사문화길은 39년간 고려 수도였던 당시의 숨결을 찾아가는 길이다. 물론 현재는 고려의 유물·유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쉬운 여정은 아니다.

 

강화버스터미널을 나와서 강화군청 방향으로 향한다. 버스터미널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약 600미터쯤 걸으면 수협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동문과 남문으로 나뉜다. 코스는 동문으로 가야 하지만 가까이에 자리한 남문을 먼저 둘러본다. 강화산성은 고려가 몽골의 2차 침략에 대비해 쌓은 성이다. 강화 천도 이듬해인 1233년부터 내성·중성·외성으로 쌓았다. 원래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는데, 개경 환도 후 몽골의 요청으로 헐었다가 조선시대에 내성만으로 개축했다. 병자호란 때 일부 파괴된 것을 숙종 때 강화유수가 석상으로 고쳤다. 성문은 동서남북에 4개소가 있다. 남문에는 안파루(晏波樓)라는 편액이 붙어 있다. 남문은 세월이 덧칠돼 다른 역사도 전해지지만 그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동문으로 향한다.

 

수협사거리에서 동문로 방향으로 약 1미터 못 미치게 걷는다.

 

동문 망한루(望漢樓)는 문헌을 기초해 2003년에 복원했다. 남문이나 동문이나 모두 깨끗하게 복원되어 감흥은 없다. 그런데 현지인이 자전거를 타고 뒷자리에 배추·무 등을 싣고 성문을 지나가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마치 과거 속으로 현재의 삶이 느릿느릿 스며드는 것처럼 풍경이 아련하다. 이제는 안과 밖이 모호한 그냥 우뚝 서 있는 성문에 불과한데, 문을 들어서면 성 안으로 들어가는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행위를 다시 한 번 하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거의 길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사라지고 빼앗긴 역사의 아쉬움 ‘가득’

 

원불교를 지나 성공회강화성당으로 향한다. 정면 네 칸, 측면 열칸짜리 한옥성당이다. 지난 1900년에 경복궁 중건 공사를 맡았던 목수가 세운 건물이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예배를 다른 곳에서 드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그래서 서양의 바실리카 양식을 따랐다는 건물 내부는 보지 못했다.

 

몸통에 십자가를 조각해 넣은 종이 있고, 내삼문에는 예수가 탄생하는 순간을 만들어놓았다. 그 앞에는 금줄이 처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아기가 태어난 집에 치는 금줄이다. 새끼줄에 솔잎·고추 등을 끼워 엮었다.

 

성공회강화성당 바로 아래가 용흥궁(龍興宮)이다. 용흥궁은 조선 25대 임금 철종(1849~1863)의 잠저다. 잠저는 왕의 장자로 태어나 왕세자가 된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왕위에 오른 이가 궁궐로 들어가기 전에 살던 집을 말한다. 강화도령 이원범이 왕에 추대된 것은 조선 24대 헌종이 후사가 없이 승하한 이후다. 왕실의 큰어른인 순원왕후는 하루라도 왕위를 비워놓을 수 없어 정조의 이복 아우의 손자인 이원범을 왕위에 추대한다. 이원범이 살 당시는 초가집이었으나 철종이 된 뒤에 기와집으로 개축하고 용흥궁이라 부른다. 용흥궁은 행랑채, 안채, 사랑채로 나뉘어 있고 안채와 사랑채에는 우물이 있다.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은지 건물이 을씨년스럽다. 철종은 재위 14년 동안 세도정치에 휘둘리던 무능한 왕이었다.

 

3용흥궁을 뒤로하고 용흥궁공원을 가로질러 고려궁지로 향한다. 고려궁지는 고종이 강화로 천도한 뒤에 몽골과 화의를 맺고 이후 원종이 개경으로 환도(1270)할 때까지 39년간 고려의 정궁 자리였다. 개경 환도 후 강화 궁궐은 파괴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강화도호부 관아가 설치되었으나 그 후 병자호란·병인양요 등의 전란을 겪으며 다시 터만 남게 된다. 현재는 조선시대 건물 승평문, 강화유수부동헌 이방청, 종각, 외규장각을 복원해 놓았다.

 

외규장각은 조선의 정조(1782)가 왕실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세웠다.

 

의궤를 비롯한 서적을 보관했었는데, 병인양요(1866) 때 프랑스군에게 약탈당했다. 약탈당한 의궤는 재불학자 고(故) 박병선 씨의 노력으로 2011년 임대 형식으로 우리나라에 돌아왔다. 외규장각을 보며 감정이 교차한다. 유물이 돌아와서 다행이지만, 우리 문화재가 우리 것이 아닌 현실이 답답하다. 복원한 외규장각을 뒤로하고 이방청을 둘러본다. 이방청 문의 창호지마다 구멍이 나 있다. 마치 검지손가락으로 뻥뻥 뚫어놓은 것처럼, 강화 바람이 손가락 힘만큼 세다.

 

고려궁지에서 북문으로 올라간다. 심도역사문화길은 강화터미널에서 시작해서 동문을 지나 성공회강화성당, 용흥궁, 고려궁지, 강화향교, 북문, 북장대, 오읍약수를 지나 연미정을 찍고 옥개방죽을 따라 갑곶돈대에서 끝난다. 거리는 17.8킬로미터이며 6시간이 걸린다. 성공회강화성당과 용흥궁, 고려궁지는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돌아보기 편하다. 고려궁지에서 북관제묘, 강화향교, 은수물을 거쳐 북문을 오르는 거리는 약 2.5킬로미터인데 이곳들을 거치지 않고 바로 북문까지 오르는 길도 있다. 왕자정묵밥집 앞으로 난 도로를 따라 600미터 오르면 바로 북문이다. 북문 진송루(鎭松樓)다. 진송루 밖 오른쪽으로 잘 닦인 길은 오읍약수로 가는 길이다. 진송루 안 오른쪽에 있는 돌계단을 올라 성벽을 끼고 오른다. 북장대는 빈터만 남아 있다. 성벽 길을 따라 걷는다. 오읍약수 표지판이 좌측으로 방향을 표시한다. 오읍약수에서 연미정까지 5킬로미터다.

 

연미정(燕尾亭)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 정자 양 옆으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장수처럼 서 있다. 나뭇잎 하나 붙어 있지 않고 자신의 가지를 온전하게 드러낸 느티나무의 근육이 아름다워 저절로 손이 간다. 거센 바람에도 가지가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골고루 뻗어 있다. 이런 나무는 한여름에 누구에게나 공평한 그늘을 내려줄 것이다. 우리가 이 나무처럼 서 있을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연미정을 내려와 군 철책선을 따라 남쪽을 향해 길을 잡는다. 갑곶돈대까지 약 6킬로미터 더 걸어야 한다. 잿빛 하늘이 눈을 가린다. 눈발이 거세다.

 

 

글과 사진·김연미(여행 칼럼니스트)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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