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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도서정가제 성공하려면 소비자도 책 보는 눈 키워야”
[도서정가제 제대로 짚어보기] 이해당사자들 반응 들어보니
기사입력 2015-01-09 오후 9:01:00 | 최종수정 2016-03-31 오후 11:14:52        

기치료/신,무병 가료

 

 

21일부터 모든 도서들의 할인율이 15%로 제한되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지역서점을 살리고 출판문화를 바로잡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할인율이 사라진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 소비자들과 시행 전 재고털이에 나선 서점 등 이해당사자들의 엇갈린 반응이 잇따라 나오면서 도서정가제가 요즘 하나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다.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기에 앞서 우선, 정부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가격 거품을 없애자는 거다. 다른 나라(정가의 2~15%)보다 높은 도서 할인율(정가의 19%)로 인해 대형 출판사와 유통사를 제외한 중·소출판사와 동네서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타개책이다. 또한 할인을 감안해 처음부터 도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출판사등의 행태를 바로잡아 ‘가격 거품’을 없애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가격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었던 동네서점을 살리고, 질 높은 서적을 정가를 주고 거래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궁극적으로는 출판문화의 융성을 도모하자는 건데, 이에 대해 현장에선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동네서점을 운영하시는 송진섭 (전주) 씨는 “책을 안 사도 좋아요.. 그냥 책을 가까이 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전주에서 동네서점을 운영하시는 송진섭 씨는 “이번 도서정가제를 두고 굳이 책의 ‘가격’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을 안 사도 좋으니 책을 가까이 하는 문화가 정책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정수현 씨는 “고객들은 가격 부담 때문에 당분간은 책을 더 멀리하게 될 것이다. 개정 도서정가제의 시행령을 보면 단지 현재 자행되고 있는 반값할인을 막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가 되는 배송료나 카드사 제휴 할인, 경품 등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며 “시장상황에 대해 속단은 어렵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할인을 감안해 높게 책정된 왜곡된 책값, 무차별적 할인 경쟁 등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도서정가제가 본래 취지를 살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도서 가격 역시 차츰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다른 문화선진국의 도서정가제들과 비교하면 할인율 자체가 15%로 여전히 높은 데다 몇몇 허점으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편법을 통한 할인 경쟁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며 “도서정가제는 책을 비싸게 팔자는 의미가 아니다. 가격 경쟁으로 무너진 도서의 가치를 본래의 자리로 정상화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 보완을 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중앙도서관

도서관도 개정 도서정가제의 영향력 범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서관의 입장도 들어봤다. 도서관에서는 그동안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신간을 저렴하게 구입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똑같은 책을 한정된 예산 안에서 비싸게 주고 구입할수밖에 없으니 도서 입수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서관 정보 서비스의 양적·질적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대학교 중앙도서관 수서과 직원은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과 정보 약자들에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이런 도서관의 특성이나 예산 형편과는 관계 없이 적용돼 우려를 낳고 있다.”며 “적은 예산으로 도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사정이 예산 확충에 어느 정도 반영될 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도서정가제를 ‘새로운 규제’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차라리 규제하려면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100% 도서정가제를 실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처음부터 100%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면 반발이 상당할 것이므로 현실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만난 김승욱 이콘출판 대표 역시 “한꺼번에 제도를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30%~40%로 큰 폭의 할인을 하지 못하게 한 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단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도서정가제에 대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14일,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린 중앙기자단-지역기자단 워크숍에서 도서정가제에 대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한편, 지난 14일,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린 중앙기자단-지역기자단 워크숍에서는 기자단으로 활동 중인 대학생, 일반인들과 공무원, 출판사 대표가 함께 모여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난상토론을 벌였는데, 여기에 필자도 동참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정책기자단 최주현(24·인천) 씨는 “저는 평소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을 둘 다 애용하지만 온라인서점 할인율이 높을 때는 당장 몇 천원이더라도 아끼고 싶은 하는 마음에 온라인 서점에 눈이 가더라.”며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할인폭이 제한돼 온라인 서점이나 오프라인 서점을 비슷한 빈도로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분명히 많은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그래도 제도가 잘 정착되면 장점이 더 많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로 활동 중인 이승민 씨는 “멀리 봤을 때 출판업계나 소비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우리의 지갑사정을 더욱 더 빠듯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이 나왔다고 많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서정가제의 진의를 충분히 알려 ‘정부가 우리를 못살게 군다.’가 아니라 ‘출판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정책’이라는 메시지로 인식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김승욱 이콘출판 대표는 “개정 도서정가제의 본질은 문화, 즉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에 있다.”며 “소비자들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좋은 책을 골라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김승욱 이콘출판 대표는 “개정 도서정가제의 본질은 문화, 즉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에 있다.”며 “소비자들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좋은 책을 골라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판업계의 생각은 어떨까. 파주출판단지에서 만난 김승욱 이콘출판 대표는 “도서정가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문화, 즉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라며 “소비자들도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남이 좋다는 책 말고 내 눈으로 책을 보고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골라서 살 수 있도록 변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가정을 들었다.

“만약 우리가 인터넷으로 책을 고르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냥 책을 즐기러 서점에 가서, 열심히 이 책 저 책 읽다보니 ‘이 책은 한 번 사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사는 식으로 구매 행태가 바뀐다면 오프라인 서점이 잘될 것이다. ‘우리 동네서점 아저씨는 어떤 종류의 문학과 실용서를 좋아하고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가져다 놓는구나.’ 그게 나랑 맞으면 그 곳에 가서 책을 골라 보고 거기서 추천하는 책을 읽어볼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할인의 의미가 없어진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가운데, 제도는 이미 시행됐다. 어찌 됐든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가야 할 때이다. 김승욱 대표의 말처럼 본질은 문화가 아닐까 싶다. 허점을 악용하지 않는 문화, 책을 가까이 하는 문화, 책의 가치를 높이 사는 문화. 이런 문화를 향유하는 나라가 된다면, 굳이 할인율이나 가격을 들먹일 필요는 없게 되지 않을까.


정책기자단|임세훈global_l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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